20.4.11

동물원 - 변해가네





동물원 - 변해가네 〈작사, 작곡 김창기/노래 박기영〉



느낀 그대로를 말하고
생각한 그 길로만 움직이며
그 누가 뭐라해도 돌아보지 않으며 내가 가고픈 그곳으로만 가려했지

그리길지 않은 나의 인생을
혼자 남겨진거라 생각하며
누군가 손내밀며 함께가자 하여도 내가 가고픈 그곳으로만 고집했지

그러나 너를 알게 된 후 사랑하게 된 후부터 나를 둘러싼 모든것이 변해가네
나의 길을 가기보단 너와 머물고만 싶네 나를 둘러싼 모든것이 변해가네

우~~ 너무 쉽게 변해가네 우~~ 너무 빨리 변해가네
우~~ 너무 쉽게 변해가네 우~~ 너무 빨리 변해가네
우~~ 너무 쉽게 변해가네 우~~ 너무 빨리 변해가네
우~~ 너무 쉽게 변해가네 우~~ 너무 빨리 변해가네



19.4.11

어느 하루



교토에 살던 집엔 아주 근사한 옥상이 있었다.
집을 처음 소개받았을때 들어서 알고는 있었지만,
바보처럼 방과 계약이 끝나기 며칠 전에서야 겨우 생각이 미쳐 '올라가보자'하며 움직인 날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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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들어 이날 옥상에서 봤던 풍경들이 너무나도 그립다.
높은 건물 하나 없이 노을빛에 젖어들던 마을의 풍경.
그러고보니 얼마전 봤던 영화 '안경'에서도 '젖어들다'의 소중함에 대해서 이야기 했었구나.

그런 의미에서 교토는 참 젖어들기 쉬운 도시였던 것 같다.
금새 적응해버린 탓에, 모든 것이 젖어버린 채로 일상의 풍경으로 다시금 비춰졌으니.
한국에 와서는 좀처럼 풍경에 젖어들기가 쉽지가 않다. 어떠한 인위적인 것들이 '젖어들기'를 방해한다고나 할까.

당장은 어렵겠지만, 언젠가 꼭 교토로 다시 돌아가 스스로 알아차릴 새도 없이 흠뻑 젖어들고 싶다. 반드시.



023


最近はこの日を思い出したら、嬉しくなる。
いつか日本に戻って、この夕焼けをもう一度みたいなー。

그날, 옥상에서

1.3.11

悪魔の森

*

교토는 오늘까지 이틀내내 비가내렸다. 보통의 나는 비를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비에 흠뻑 젖은 도시를 바라보는 것은 굉장히 좋아한다. 도시가 온몸으로 울고있는 기분이 든달까. 더군다나 이곳 교토는 비가 내리고 있으면 더욱더 온통 잿빛으로 변해버리는 것 같아서, 그런 곳을 거니는 것만으로도 왠지 울고있는 도시를 위로해준다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학교에서 집까지 그냥 무턱대고 걸어왔다. 그런데 왠지 그것만으로도 아쉬워서, 무작정 집 위의 언덕을 오르고 올랐다.


***

30분정도를 골목골목으로 걸어올라가다보니 조금은 믿기 힘든 광경이 펼쳐졌다. 내가 살고있는 교토북쪽이 조금 시골같다는 생각은 했어도, 주택가에서 조금만 올라가니 이렇게 황량한 모습을 하고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었다. 심지어 지나다니는 사람 한 명 보지못했다. 드문드문 보이는 집에 과연 사람은 살고 있는건지, 아직 시간이 일러 다들 귀가하지 않은건지는 모르겠지만. 알지 못하는 한자로 쓰여진 이정표를 따라서 끝까지 가보자는 심정으로 더 올라가봤다.


*

이곳이다. 이곳이 끝이었다. 이상할 정도로 크기는 크지만, 사람 한 명 보이지 않는 크리스챤 세미나건물(?)을 지나 올라가니 막다른 골목에 대나무 숲이 펼쳐져있었다. 이곳이 내가 지금까지 본 숲 중에 제일 공포스러운 숲이었다. 물론, 올라가면서 증폭된 긴장감 탓도 있겠지만, 대나무 숲 깊은 안쪽을 보면 볼수록 왠지 모르게 식은 땀이 났다. 굉장히 어둡고 깊은 숲. 대체 언제부터, 무슨 이유로 들어갈 수 없게된 걸까. 너무 으스스한 나머지 금방 발길을 돌려서 내려와버렸다.


*
*

아직도 그 깊은 어둠이 쉽게 잊혀지질 않는다. 돌아가기 전에 한 번 더 올라가보고 싶다. 맑은날에도 그렇게 어둠으로 가득한 숲일까. 아마 난 교토에서의 내 모습과 정면으로 마주하는 느낌이 들어 그렇게 서둘러 내려왔는지도 모른다.


3월의 첫날.

忘れないように、



****

우리반 애들과 2월 26일 토요일, 첫 카모가와 피크닉.

6개월. 그 안에서 처음 가졌던 우리들만의 시간이었다. 날씨가 너무 좋았고, 이대로 끝나버리는게 너무나 너무나 아쉬운 나머지, 부랴부랴 애들에게 연락을 돌렸다. '주말에 카모가와에 산책이나 가지 않을래?' 그것뿐이었다. 내가 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렇지만 이날 헤어질 무렵에 다들 내게 고마워하는 모습을 보고, 감정이 복받쳐 오르는 것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제껏 아무것도 같이 하지 못한 우리들을 보며 혹시 서로에게 정이 없는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을 했던적이 있다. 근데 내가 틀렸었어. 단지, 우리는 서로에게 조금 서툴렀던 것 뿐이고 다른 반과는 조금 친해지는 방식이 달랐던 것 뿐이고, 아주 조금 더 쑥쓰러워 했던 것 뿐이었다. 이대로 끝나버리는건 정말 슬프고 아쉬운 일이라는걸, 이날 서로에게 조금이나마 표현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이날을 계기로 우리는 돌아가기 전까지 몇 번의 우리들만의 시간을 가지기로 했다. 남은 2주, 내가 반 친구들을 위해서 할 수 있는 것이 또 무엇이 있을까. 아무튼 우리반은 해피엔딩을 향해서 가고 있네.

*

왠지 고등학교때의 졸업식보다 더한 눈물의 졸업식이 되지 않을까 싶다.
모르는사이 깊이 정들어버린 너희들. 잊지않을게.初級B♥

28.2.11

-26.02.11*



"예전에 교토에서 6개월 정도 살았던 적이 있는데, 참 여러모로 나에게 의미있는 시간들이었지."

*

*

날씨가 너무 좋았던 날. 오후의 나른한 일상. 요즘엔 모든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면서도 전부 내것이 아닌듯한 느낌을 받는다. 교토와 나는 그저 '잠깐 만났다 헤어지는' 사이로 이렇게 끝나는 것인가?


*

*

하루 살고, 일주일 후회하고, 번뜩이는 무언가를 찾아 헤매고, 무료함에 털썩 주저앉아 버리는 생활을 계속 해왔던 것 같다. 이미 내 몸과 정신은 많이 슬퍼질 때로 슬퍼져있다. 그렇지만 얻었다고 생각해버린다. 나태함에서 벗어나고 싶어 몸부림치면서 사실 그걸 즐기고 있는 진정한 나와 마주할 수 있었던 시간과, 사람은 다른 사람의 사랑 없이는 죽어있는 것과 같다는 경험과, 어느새 생각보다 넘쳐버린 정과, 이 잿빛도시와 함께 했던 모든 것들을. 분명히 가지고 돌아갈테다.
날 잊지 말아주세요. 당신이 변한게 아니라 내가 변했네요. 그럼 내가 처음으로 돌아가 다시 당신을 안아줄게요. 날 잊지 말아요. 교토. 2월의 마지막 날. 벌써 헤어질 날을 생각하며. 여과되지 않은 잡념과, 엉망이 되어버린 손으로 쓴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