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11

悪魔の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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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는 오늘까지 이틀내내 비가내렸다. 보통의 나는 비를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비에 흠뻑 젖은 도시를 바라보는 것은 굉장히 좋아한다. 도시가 온몸으로 울고있는 기분이 든달까. 더군다나 이곳 교토는 비가 내리고 있으면 더욱더 온통 잿빛으로 변해버리는 것 같아서, 그런 곳을 거니는 것만으로도 왠지 울고있는 도시를 위로해준다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학교에서 집까지 그냥 무턱대고 걸어왔다. 그런데 왠지 그것만으로도 아쉬워서, 무작정 집 위의 언덕을 오르고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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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분정도를 골목골목으로 걸어올라가다보니 조금은 믿기 힘든 광경이 펼쳐졌다. 내가 살고있는 교토북쪽이 조금 시골같다는 생각은 했어도, 주택가에서 조금만 올라가니 이렇게 황량한 모습을 하고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었다. 심지어 지나다니는 사람 한 명 보지못했다. 드문드문 보이는 집에 과연 사람은 살고 있는건지, 아직 시간이 일러 다들 귀가하지 않은건지는 모르겠지만. 알지 못하는 한자로 쓰여진 이정표를 따라서 끝까지 가보자는 심정으로 더 올라가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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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이다. 이곳이 끝이었다. 이상할 정도로 크기는 크지만, 사람 한 명 보이지 않는 크리스챤 세미나건물(?)을 지나 올라가니 막다른 골목에 대나무 숲이 펼쳐져있었다. 이곳이 내가 지금까지 본 숲 중에 제일 공포스러운 숲이었다. 물론, 올라가면서 증폭된 긴장감 탓도 있겠지만, 대나무 숲 깊은 안쪽을 보면 볼수록 왠지 모르게 식은 땀이 났다. 굉장히 어둡고 깊은 숲. 대체 언제부터, 무슨 이유로 들어갈 수 없게된 걸까. 너무 으스스한 나머지 금방 발길을 돌려서 내려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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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그 깊은 어둠이 쉽게 잊혀지질 않는다. 돌아가기 전에 한 번 더 올라가보고 싶다. 맑은날에도 그렇게 어둠으로 가득한 숲일까. 아마 난 교토에서의 내 모습과 정면으로 마주하는 느낌이 들어 그렇게 서둘러 내려왔는지도 모른다.


3월의 첫날.

忘れないよう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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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반 애들과 2월 26일 토요일, 첫 카모가와 피크닉.

6개월. 그 안에서 처음 가졌던 우리들만의 시간이었다. 날씨가 너무 좋았고, 이대로 끝나버리는게 너무나 너무나 아쉬운 나머지, 부랴부랴 애들에게 연락을 돌렸다. '주말에 카모가와에 산책이나 가지 않을래?' 그것뿐이었다. 내가 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렇지만 이날 헤어질 무렵에 다들 내게 고마워하는 모습을 보고, 감정이 복받쳐 오르는 것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제껏 아무것도 같이 하지 못한 우리들을 보며 혹시 서로에게 정이 없는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을 했던적이 있다. 근데 내가 틀렸었어. 단지, 우리는 서로에게 조금 서툴렀던 것 뿐이고 다른 반과는 조금 친해지는 방식이 달랐던 것 뿐이고, 아주 조금 더 쑥쓰러워 했던 것 뿐이었다. 이대로 끝나버리는건 정말 슬프고 아쉬운 일이라는걸, 이날 서로에게 조금이나마 표현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이날을 계기로 우리는 돌아가기 전까지 몇 번의 우리들만의 시간을 가지기로 했다. 남은 2주, 내가 반 친구들을 위해서 할 수 있는 것이 또 무엇이 있을까. 아무튼 우리반은 해피엔딩을 향해서 가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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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 고등학교때의 졸업식보다 더한 눈물의 졸업식이 되지 않을까 싶다.
모르는사이 깊이 정들어버린 너희들. 잊지않을게.初級B♥